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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기 2017.08.02 21:51 |

 현실 감각이 없다. 막 깊었던 잠에서 깨어나서, 꿈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 감정만이 남아있다. 어둡고 깊은 감정이어서 꿈에서 깬 지금에서도 사로잡혀 있다. 암울하고 착잡한 꿈이었음에도, 달콤했다. 어느 때보다도 깊이 잠에 들었으니까. 현실과의 문을 닫은 채 나의 눈은 가리고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으며 흘러가는 감정들에,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. 눈을 뜬 지금, 몸은 개운한데 마음만은 무겁다.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들린다. 내가 닫아두었던 창문을 통해. 아침이니까 나는 창문을 열어야 한다. 바깥의 소리들이 나의 현실 감각을 깨운다. 이렇게 바쁘게 지나가고 있구나, 이 순간은. 실재적인 걱정과 마주한다. 나의 꿈과 다르게 이 두려움은 구체적이다. 그리고 발견한다. 정체되어 있는 나의 모습을. 또한 의심한다.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. 난 어느 길도 끝까지 걸어갈 수 없다. 그래서 도망친다. 길을 걸어가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기에. 뒤처진 나의 모습에 지치고, 나조차 나의 길을 의심하고 있느니 제대로 걸어갈 수 있을 리 없다. 시간의 흐름은 어쩌면 나에게 도피처였을지도 모른다. 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,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에 나는 나에게 단절된 시간을 주게 되니까. 그 시간은 현실과 동떨어져서, 나의 눈은 가려져 있으며, 분주하게 움직이는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는다. 그저 고요하다. 모든 것이 멈춰있는 것처럼. 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, 오직 끝없는 감정 소모만을 할 뿐이다. 너무나도 평화로운 순간이다. 그러나 그 순간에도 바깥은 바쁘고 시끄러울 것이다. 그리고 난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. 진통제에 불과하다. 현실을 잊게 만들지만, 나의 모든 시간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. 그런 이유로, 현실 속 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. 세상과 단절함으로써 얻어지는 고요함은 현실과 양립하는 것이기에. 원대한 꿈을 이룬다거나 하는 삶의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겠다. 난 그저 나의 고요함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. 현실 속에서의 최선과 진통제의 처방. 내 삶은 그 연속이자, 조화가 될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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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iansgaze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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